2016년 6월 19일 일요일

안도현의 잡문

안도현의 잡문중 시를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재미난 문구를 만났어요
잡문이라며 책을 냈지만 저는 시라고 생각하고 여기 베껴적어봅니다.^^




안도현 

아직도 이 세상에는 시를 감성으로 쓴다고 생각하는
바보천치들이 있다. 시는 감성으로도 쓰지만 지식으
로도 지혜로도 쓴다. 시는 삶을 밀어가는 깡다구로도
쓰고, 심장의 열정으로도 쓰고, 손끝의 기술로도 쓴
다. 시를 쓸 일밖에 없을 때 쓰는 거다.






2016년 6월 1일 수요일

한반도 시편

그곳에서 태어나고 23년을 살았던 곳.  한.반.도.
'울음소리로 웅장한 한반도' 를 저에게 남겨준, 
매우 긴 시이지만 꼭꼭 눌러 적어봅니다. ^^




한반도 시편 

고은


우리 한반도에서는 새가 노래한다고 말하지 않고 
새가 운다고 말한다 
어느 때는 노래가 울음이었고 
그 어느 때는 
싸잡아 울음이 노래였다 
심지어는
마을마다 한두 마리 도야지까지도 
꿀꿀꿀 운다고 말해야 한다
그렇기도 하겠다 
막 태어난 갓난아기 시뻘건 볼기 때려
응애
응애
응애
그 첫울음소리가
어찌 슬픔이겠느냐
허나 갓난아기가 운다고 말한다 

봄이 부산 떨다가 가고 있다 
아직 으슬으슬 
이어갈이 모내기 마친 논마다
밤새도록
몇 천 마리 개구리들이 울고 있다 
어떤 생각
어떤 느낌 하나 없이 
오로지 그 울음소리 자체로 떠나려가고 있다 
밤새도록 

한여름이다 
불볕 땡볕 가득히
여기서도 저기서도 울어대고 있다 
매미 울음소리
그것 하나만으로도 
하루가 저무는 까닭이었다 
그러다가 구죽죽이 비라도 오는 날에는 
비에 젖은 
뻐꾸기 울음소리 
뻐꾸기는 간데없고 
그 울음소리만 빈 골짜기 가득 차 있다 

어느덧 가을 귀뚜라미 
달빛 시린 울음소리 
달 진 뒤
그 어둠 속 새로운 울음소리
단 하나로 
온 세상이 빛나고 있다 
이때인가
여인아
그대만이 이 나라의 신령이더냐

겨울이 왔노라고
한밤중
얼어붙은 고요
그 깊디깊은 하늘의 우물 속에서 
떨어지는 기러기 울음소리
잠들어 다 듣고 있거라
잠들지 않고 듣고 있거라 

그럴진대 바다 복판 멈출 줄 모르는 노도인들
어찌 바다가 운다고 하지 않겠느냐
아니 첩첩산중인들
사내들의 잠든 깃발인들 다시 펄럭대며
어찌 바람이 운다고 하지 않겠느냐
바람이 분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이렇게 우리는 떼지어 울어야 했다
떼지어
내놓아라 
내놓아라 울부짓어
무쇳덩어리 녹여 앗 뜨거웠다
어디에 내가 있더냐
어디에 네가 있더냐
우리로서 갖가지 거짓을 물리쳐 울부짖어야 했다
천둥으로 우레로 귀청 찢어지도록 꽹과리 징소리로

허나 어찌 우리만이겠느냐
제각각 목쉬어 돌아가면
거기 먼저 가서 
고즈넉이 기다리고 있는 내가 있다
죽은 뒤에도
다시 일어서서
거기 나를 기다리고 있는 네가 있다
몇 백 번이라도 
짙푸른 피 뿜어내는 네가 있다 

그러다가 
사뭇 어리석음과 깨달음이 한 가지인 채
신새벽 쇠북이 울기 시작하면
다시 달려나와
웅성웅성 어둠 속 우리가 되었다
어디 지난 세월뿐이겠느냐
저기 비탈져 오는 미지의 세월마저
우리가 되어야 한다면 
어찌 우리가 새로운 행렬의 금빛 우리가 아니겠느냐 
개구리 울음소리
대낮 매미 울음소리와 더불어
가을밤 귀뚜라미 소리와 더불어
기러기의 넋이 지나가는 
그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울음소리의 진공과 더불어

 

2016년 5월 31일 화요일

Le jardin, Jacques Prévert, Paroles

LE JARDIN 


Jacques Prévert 


Des milliers et des milliers d’années
Ne sauraient suffire
Pour dire
La petite seconde d’éternité
Où tu m’as embrassé
Où je t’ai embrassée
Un matin dans la lumière de l’hiver
Au parc Montsuoris à Paris 
A Paris
Sur la terre
La terre qui est un astre.



작년 다비드 준영이를 뱃속에서 잘 키우고 있을때 스트라스부르의 땡볕 더위를 피해 노르망디로 진짜 ‘피서’를 갔습니다. 노르망디 해변에 앉아있는데 차고 거센 바다바람에 입술이 달달 떨리더군요.. 임신을 해서 Cidre, fromage au lait cru, 그리고 석회를 못 먹고 온게 그렇게 아쉬워 올 여름의 끝자락에 한번 쉭 갔다올까 계획중 입니다. 
우리의 바캉스를 더 의미있게 만들어 주었던 Jacques Prévert 의 생가 방문 사진을 시와 함께 남겨봐요. 감성이 아주 풍부하지만 여리지 않고 굉장히 직설적이던, 그리고 항상 줄담배를 하던 그의 자취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그의 생가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옵니다. 쉘부르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지만 조그마한 이 사람의 생가를 보기 위해 북적북적 합니다.  






노르망디의 소들. 




프랑스 전국이 가뭄으로 말라가고 있을때 
노르망디 만큼은 항상 싱그러운 녹지였어요. 




생가 옆 작은 동물원. ㅎㅎ





생가 입구




잘 꾸며놓은 정원



피카소가 그린 자크 프레베 포트레이트. 




그의 작업실.






마을의 교회.


그곳에 그의 묘지가 있습니다. 
투박하지만 정겨움이 풀풀 풍기는 프레베의 묘지. 
사람들이 꽃을 놓고 갑니다.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애정하는 사람인것 같아요. 
그들의 사랑이 마구 느껴졌습니다. 



이 사람 인생은 참 즐거웠겠구나...
이런게 이름을 남기는 거구나..
등등의 생각이 스치더군요. 


부러웠습니다. 
그의 감수성, 그리고 거침없는 열정이요. 


2016년 2월 24일 수요일

삶의 여유,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산책이라는 단어 속에서 나는 여유라는 단어를 느낀다.

오랫동안 산책을 하지 않은것같다. 오랫동안 여유가 없었다는 말이된다.

틱낫한의 걷기명상에서 오롯이 그 순간만을 느끼며 들숨과 날숨을 천천히 지켜보는 연습...

과거에 얽메이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만을 바라본다.

행복이라는 싹이 꿈틀거린다.


오염된 공기와 인조 바닥에서의 걷기는 산책이라 이름 붙여주고 싶지가 않다.


우거진 숲속의 작은 길,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

경북 청도 운문사의 그 길은  내 기억속의 산책길이다.


한국의 산들이 그립다. 평지이자 분지인 스트라스 부르그에 사는 지금은 그 그리움이 더하다.

그 산을 찾기 위해 오염을 시키면서 한두시간 달려야 만날수 있는 이곳의 산....

한국에서의 뒷산도 그립구나....



2016년 2월 17일 수요일

산책 / 허파 바람 쐬이러

언제부턴가 봄만되면 재체기가 끊이질 않고 콧물이 줄줄 흐르더니,
봄에만 나던 재체기가 가을까지 멈추질 않더니,
이제는 사계절 내내 재체기가 따라다닙니다.

시원하고 음습한 숲속 공기가 생각나는건
허파에 쌓여있을 미세 먼지들을 청소해주고 싶어서 입니다.

'산책' 이라 하면,
황금빛 햇살이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는날
알록달록한 수목길을
한가롭게 노니는 낭만적인 광경을 상상할 수도 있을텐데,
고작 음습한 공기라니...

공해가 낭만마저 오염 시키는가 봅니다.
미세하게.

허파 바람 쐬이러.





2016년 1월 20일 수요일

도서관 제안


"책만드는 사람들"에서,
책을 공유하고 빌려볼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손쉽게 이용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




2016년 1월 16일 토요일

Wangenbourg 산책 [ 향토탐험 ]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흙을 밟아보자는 취지로  
향토탐험 프로젝트의 시작을 일단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부터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Wangenbourg 라고, 스트라스부르에서 40키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이 조그만 마을은 산속마을이라 조용하기도 하고 이제는 폐허가 된 성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걷기에 좋습니다. 이곳은 산과 연결이 되어있어 
숲속의 산책로가 잘 되어있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가죽자켓을 입고 멋진 오토바이를 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일단 사진 투척.


폐허가 된 성 사진 입니다. 



가끔 보면 혈기왕성한 청소년들이 저 벽을 타고 오르며
젊음의 피를 발산하곤 하더군요. 
가족단위로 산책 많이 옵니다. 



숲속에서 내려다보는 마을모습.






산책로 입구







사진속 풍경들은 계절이 다 달라서 다음주 주말에 보시게 될 풍경은 아니지만 비슷합니다.
여름엔 머루를 따먹고 가을엔 버섯 따는 재미, 힐링의 장소로 저와 남편이 좋아하는 곳입니다.
일정은 별거 없이 아침에 스트라스부르에서 출발하여 슬슬 산책을 하고 오후에 돌아올 예정입니다. 마을 중심에 인포메이션이 있고, 관리를 항상 잘하고 있는 공중화장실이 있으며, 호텔과 카페가 있으니 산책 후에 따뜻한 음료를 마시러 가요.


장소 / Wangenbourg
날짜 / 1월 23일이나 24일 [ 참가가족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질것임 ]


스트라스부르 레알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있습니다.
알아보니 Wasselonne에서 한번 갈아타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Wasselonne에서  Wangenbourg 까지 그다지 멀지 않으니 괜찮을것 같습니다.
아래 링크 첨부합니다.


http://www.ctbr67.fr/rubrique/lignes-horaires-telechargements/


가시고 싶은 분은 댓글 달아주세요. ^^
일단 저와 남편, 4개월된 아기 갑니다. [ 참고로 저희는 아기띠매고 천천히 산책합니다. ]




2016년 1월 15일 금요일

Découverte des terroirs / 향토 탐험


'책만드는 사람들'에서 온가족이 함께 떠나는 향토 탐험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 첫번째 탐험 일정을 조만간 공지해 드리겠습니다. ^^ 


네번째 테마

이번주 테마는 

' 산 책 '


입니다. ^^


2016년 1월 13일 수요일

도깨비에 대한 물음들..

점심을 먹으며 남편에게 도깨비 감투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도깨비 감투를 쓰고 도둑질을 시작하여 끼니걱정없이 두둑한 배를 쓰다듬으며, 담배를 뻐금뻐금 피며 유유자적하는 할아버지가 담뱃재를 감투에 떨어뜨려 구멍이 나 할머니가 빨간실로 꼬매주었다는 부분을 이야기하던 중이었습니다. 그 빨간실 때문에 장에서 물건을 훔치려던 할아버지는 사람들에게 들켜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남편이 물어봅니다.

" 왜 빨간실로 꼬맸대 ? 검정실로 해도 되었을걸 ?  이유가 있는거야 ?"

인터넷에서 찾아 나름대로 종합하여 엮은 이야기였던지라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일차원적으로 일단 대답을 했습니다.


" 음.... 할머니는 남편이 감투를 쓰고 물건을 훔치는 걸 아주 좋아하지 않았어. 그래서 일부러 도깨비들이 보면 도망간다는 빨간색으로 구멍을 메워서 이 짓을 하게 한 도깨비에 대한 원망을 나타낸게 아닐까....? 크크크... 생각을 해봐, 만약 할머니가 구멍을 안꼬매 줬더라면, 사람들이 둥둥 떠다니는 머리카락을 보고 휘어잡아 내동댕이 쳤을수도 있었을거야. 꼬맸기에 머리가 안잡히고 도망갈수 있었지, 안그래 ?"



우리나라 전래동화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 물음을 던지지 않았는데, 질문을 받으니 알쏭달쏭한게 저도 물음표가 머릿속에 마구 생기네요.
도깨비는 왜 할아버지에게 감투를 주었을까요 ? 아무런 댓가없이 ?
할아버지가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정화수 떠놓고 빌지도 않았는데 ?
파우스트에 나오는 루시퍼처럼 젊음을 맞바꾸지도 않고 ?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깨비를 제우스만큼은 아니더라도 외관을 잘 바꿔 인간세상으로 잘 돌아다니던 하나의 신처럼 생각했을까요 ? 그저 오래된 물건에서 영혼이 생겨 도깨비가 탄생한것일까요 ?



뭐.... 이런것들이 그냥 두서없이 머릿속에서 엉켜있습니다. ㅎㅎㅎㅎ




2016년 1월 6일 수요일

도깨비철학


위키페디아를 보니, 도깨비가 생기는  과정은  이렇다고 한다.
빗자루나 부지깽이, 깨진 사발, 짚신 등이 오래 되면 혼이 깃들어서 생긴다. 많은 고전에서 도깨비가 오래된 낡은 물건에서 발생한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구전된 이야기 중 많은 이야기가 [도깨비와 씨름을 해서 이긴 장소에 돌아가보니 빗자루나 부지깽이가 있었다]는 식의 내용이다. 그리고 혼이 깃들어 발생한다기보다는 무생물에서 절로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따라서 비단 인공적인 물건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물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사물이  오래되면  혼이  깃들고 도깨비가 되고, 그 도깨비가 사람과 놀기를 그렇게 좋아한단다.

자본주의 산업시대에 사물은 혼이 없다.
자연도 혼이 없다. 사물을 만들기  위한  재료일  뿐이다.
모든 사물의 종착지는 쓰레기통이다.

자연과 사물과 인간이 고리를 이루며 서로 쓰고 쓰이다가 같이 놀기도 하는
도깨비철학은 얼마나 자연친화적인가.

도깨비는 어떻게 해서든 사람이랑 놀고싶어 안달을 한단다.
너무 많은 소비를 하고, 너무 많은 쓰레기를 배출해서 환경병을 안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바로 도깨비철학이 아닐까.

도깨비라면, 현대인의 고질병을 치료해 줄수 있을것 같다.
도깨비라면, 인간이 지구 환경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것 같다.

도깨비랑 놀고 싶다.




세번째 테마

이번주 테마는,

도 깨 비


입니다. ^^

놀줄아는 도깨비


보리출판사에서 펴낸 "도깨비 방망이" 에서 따온 그림입니다. 
너무 재미나게 놀고있는 도깨비들, 참 부럽습니다. ^^

2016년 1월 4일 월요일

의견 입니다.

프랑스 친구가 프로젝트 하나를 구상하고 있어요.
그 친구는 유령에 대한 주제로 그림을 그릴 생각이라 이것저것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유령의 모습과 행동들을 저에게 말해주는데, 한국의 도깨비가 연상이 되었어요.

캐스퍼 처럼 해를 끼치지 않고, 장난을 좋아하며 씨름하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도깨비.
귀신들마냥 피에 뒤범벅되어 나타나지 않고 피만 보면 달아나는 순박한 도깨비.

도깨비 연상을 하던 중,  우리도 도깨비를 같이 생각해보면 재밌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떠세요 ?